언론보도방송

게시판 글보기
제목 [명의에게 묻다] 직접 봉합 탈장 수술법 개발… 재발·합병증 원천 봉쇄
보도일 2018.05.01
기사URL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41601&code=14130000&cp=nv
내용

 

서울 강남구 도곡로 기쁨병원 강윤식(63) 대표원장은 국내에서 탈장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2001년 탈장전문센터를 국내 최초로 개설해 집중치료가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준 대장항문외과 의사이기도 하다. 그 공로로 지난해 ‘메디컬아시아 특성화병원’ 탈장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강 원장이 이끄는 기쁨병원은 매년 2000여건의 탈장수술을 시행 중이다. 3월말 현재 성인 탈장수술 누적건수가 1만4027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 실적임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실적이다.

강 원장은 197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87년 서울대병원에서 일반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93∼94년 영국 런던의 세인트마크 병원에서 탈장 및 대장항문질환 치료법을 집중 연마했다. 99년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미국 대장항문학회 100주년 기념 및 3대륙 대장항문학회 연합 학술대회에 초청강사로 참석, ‘항문거근증후군의 트리암시놀론 주사요법’을 최초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인공막을 쓰지 않고 탈장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봉합 강윤식 탈장수술법’을 개발해 호평을 받고 있다. 재발 않는 탈장수술, 합병증 없는 탈장수술 시대가 열리게 돼서다. 강 원장은 또 검사 당일 4시간 전 특정 약물 460cc와 미온수 등 총 1.4ℓ를 약 40분간 차례로 복용하면 되는, 대장내시경 검사용 초간편 장세정제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하는 등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강 원장에게 탈장수술 시 인공막을 쓰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무인공막(직접봉합) 탈장수술법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물어봤다.

탈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탈장은 복강 속에 있어야 할 장이 복벽에 생긴 틈으로 삐져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배 앞쪽과 아래쪽 부위에 발생하는데 70% 이상이 아랫배와 허벅지 경계선인 서혜부(사타구니)에 나타난다. 이어 배꼽으로 튀어나오는 배꼽탈장, 복강경 수술이나 개복수술 부위로 삐져나오는 반흔탈장, 배꼽과 명치 사이 정중앙선에 생기는 상복부 탈장 순서로 많이 발생한다. 대개 격심한 운동으로 복압이 증가할 때, 노화 등으로 복벽이 약해졌을 때 발생한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노인탈장 환자가 계속 증가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탈장은 불행히도 장이 삐져나오는 구멍을 수술로 막아주는 치료 외엔 달리 해결할 방도가 없는 까닭이다.

인공막 사용 탈장수술 부작용 논란

현재 국내 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성인(노인)탈장 치료법은 인공막으로 탈장구멍을 막아주는 수술이다. 폴리프로필렌 성분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물 모양의 인공 막을 탈장구멍 위에 덧대어 장이 빠지지 않게 막아주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소재라 수술 후 복벽에 딱딱한 이물감이 남고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등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해 개선 또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대와 달리 수술 후 재발률이 적게는 2%에서 많게는 1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강 원장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요즘 인공막 탈장수술의 부작용 문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영국 공영방송 BBC는 얼마 전 인공막 사용 탈장수술의 부작용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인공막의 이동·수축·변형으로 수술 부위에서 발생하는 만성 통증이다. 여기에 세균감염이 겹치거나 드물게 장이나 방광이 뚫리는 천공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를 해결할 수단이 마땅치가 않다는 사실이다. 후유증이 심해지면 문제의 인공막을 걷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단단히 들러붙은 뱃살 조직을 일일이 분리해낼 수가 없고 이 수술 중 주위 신경과 혈관을 손상시키는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탈장구멍 직접 봉합하면 해결 가능

강 원장이 인공 막을 사용하지 않고 탈장구멍을 직접 봉합해주는 새 수술법(직접봉합 강윤식 탈장수술) 개발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위험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인공 막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인공 막을 쓰지 않으면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게 계기였다. 너무 당연한 이치이면서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이다. 강 원장의 아이디어는 주효했다.

강 원장은 “복벽에 생긴 틈(탈장구멍)을 인공막 대신 제 살로 봉합해주자 재발률이 0.5%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더불어 후유증으로 복통 골반통 등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 원장 식 직접봉합 탈장수술법의 다른 장점은 마취법에 있다. 기존 인공막 탈장수술은 척추마취나 전신마취가 필요했다. 수술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특히 복강경 탈장수술의 경우 전신마취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마취사고 또는 후유증을 겁내 환자들이 수술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강 원장 식 직접봉합 탈장수술은 간단하고 수술 범위가 작아 국소마취 하에도 시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마취 후유증을 겁낼 필요가 없다. 마취 범위도 반경 3㎝ 내외에 불과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맘 편히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강 원장은 지난해 103세, 100세 어르신도 이 방식으로 안전하게 탈장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술을 앞두고 아스피린처럼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끊거나 금식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도 빠르다. 2016년 기준 사타구니 인공막 탈장수술의 평균 입원기간 3.49일과 비교되는 효과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탈장수술 미룰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

탈장은 수술시기가 늦어질수록 구멍이 점점 커지며 악화되는 질환이다. 장이 탈장구멍에 끼이는 감돈(嵌頓)이나 이로 인해 탈장 장기가 썩는 교액(絞扼) 현상이 생겨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수술을 미루면 그만큼 수술범위가 넓어지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배가된다는 말이다.

강 원장은 “탈장수술은 부담스러운 전신마취와 복강경 수술을 받지 않고도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한 질환이다. 이상이 있는데도 무작정 참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서둘러 수술을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