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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 바이러스 옮기는 의사 선생님
보도일 2006.01.25
내용
행복바이러스 옮기는 의사 선생님

'행복 바이러스' 옮기는 의사 선생님
국내 정상 합창단 소문없이 6년간 후원한 강윤식씨

지난 5일 ‘뉴욕타임스’엔 ‘텍사스의 투자자 시드 바스씨 부부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123년 역사상 개인 후원금으로는 최고 액수인 2500만 달러(250억여원)를 극장에 기증했다’는 글이 머리기사로 실렸다. 우리는 어떤가.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은 많지만 ‘개인’이 예술단체에 호주머니 뭉칫돈을 내놓는 일은 많지 않다.
이런 풍토에 비춰 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기쁨대항외과의 강윤식(51) 원장은 무척 별난 사람이다. 손꼽히는 기업인도 갑부도 아닌, 평범한 의사인 데도 이 나라 정상급 합창단인 서울모테트합창단(단장 박치용)에 지난 6년여간 수억원 상당의 후원을 소리 소문 없이 해 오고 있다. 이 합창단은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합창단으로는 처음으로 받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그 커다란 성공 뒤엔 개인 후원자인 강 원장이 있었다.

그의 후원은 연습실 제공으로 시작됐다. 1999년부터 합창단에 자신의 병원 2층 사무실 50여평을 무상으로 내주고 있다.

▲ 서울모테트합창단을 6년여간 후원해온 병원 원장 강윤식(가운데)씨가 합창단 연습에 ‘깜짝 단원’으로 참가해 함께 노래하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 도곡동 합창단 연습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10년 전인가요… 합창단 지하 연습실을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무척 추운 겨울이었는데 난로 하나 달랑 켜 놓곤 덜덜 떨며 노래들을 부르고 있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도와야겠다, 나라도 도와야겠다’ 고 결심했죠.”

현재 시세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은 거뜬히 되는 ‘금싸라기’ 사무실을 내준 것으로도 모자라, 강 원장은 2001년부터 아예 이 합창단의 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곤 매년 2000만원 가까이 별도의 개인 후원도 하고 있다. 그렇게 돕는 까닭은 강 원장이 젊은날부터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의대 시절엔 교회 성가대에서 4년간 노래도 했다. 하지만 이게 ‘음악 생활’의 전부였다.

“못 이룬 꿈 때문에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약간은 콤플렉스가 있었나 봐요. 1993년부터 영국 런던에 연구원으로 머물 땐 두 아이에게 음악을 접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2주에 한 번씩 연주회에 갔지요. 그때 런던필이 후원회원을 모집하면서 ‘친구(friends)를 찾는다’고 쓴 문구가 마음에 한참 동안 남았어요. 나도 한번 음악의 ‘친구’가 되어보자는 생각을 했죠.”

귀국 후 다시 교회 성가대에 나간 강 원장은 그 교회 성가대를 지휘하던 박치용씨를 만나 ‘팬’이 됐고, 박씨가 17년째 이끌고 있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의 후원자가 됐다. 지금 강 원장은 환자를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주고,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싱 얼롱 콘서트’ 때는 객원단원으로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한다. 강 원장은 “좋은 음악은 연주자뿐 아니라 듣는 사람, 후원하는 사람의 삶까지도 바꿔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